(서울=우리뉴스) 송민교 기자 = MZ세대가 시골로 몰려가고 있다. 시골 할머니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몸빼 바지와 밀짚 모자는 시골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며 인증샷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MZ세대를 시골로 이끈 것은 ‘촌캉스’인데, 이는 시골 ‘촌’과 ‘바캉스’가 합쳐진 신조어로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이 트렌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밀집된 공간을 피해 자연과 한적한 시골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됐다.
MZ세대가 촌캉스에 빠진 이유로는 먼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기 위한 ‘힐링’을 들 수 있다. 또, 새로운 경험과 독특한 컨텐츠를 추구하는 MZ의 특성에 맞게 촌캉스는 농촌 체험, 전통문화 체험 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담은 사진들’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MZ의 유입을 도왔다.
또한 농촌을 배경으로 한 여러 예능 프로그램들이 MZ세대에게 시골에 대한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줘 촌캉스를 트렌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tvN ‘삼시세끼’ 시리즈는 2014년 시작해 도시 생활에 익숙한 연예인들이 한적한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며 여유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촌캉스의 매력을 널리 알렸다.
최근에도 tvN ‘지락이의 뛰뛰빵빵’에서 ‘뿅뿅 지구오락실’의 멤버들(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이 촌캉스를 떠나 자유를 즐기는 모습이 인기를 끌었다. 또, 인기 아이돌 ‘에스파’도 예능형 자체 콘텐츠 ‘aesparty’에서 촌캉스를 떠나 리얼한 매력을 뽐냈다.
한편 촌캉스의 인기는 경기 침체와 계속되는 고물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재미와 힐링을 한번에 잡으려는 가성비 여행 수요가 밑바탕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가면서 여행 수요는 증가했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 축소됐던 여행 인프라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항공권, 숙박비 등 여행 관련 비용이 급등해 ‘베케플레이션’이 일어났다. ‘베케플레이션’은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과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다.
이와 같이 해외 여행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MZ세대는 국내여행을 선호하게 됐고, 몇 해 전부터 이어져 온 레트로(복고) 문화가 결합돼 ‘촌캉스’가 유행하게 된 것이다.
MZ세대는 촌캉스 지역으로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등을 많이 찾으며, 선호와 여행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선택하고 있다. 숙소 가격은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는 보통 1박에 5~15만원 사이, 한옥 체험 숙소는 10~25만원 정도가 일반적이다. 또, 고급 풀빌라나 리조트는 20~50만원 이상까지 가격대가 폭 넓게 형성돼 있다.
한편 촌캉스 트렌드는 ‘농촌소멸’ 대응책으로 환영 받으며, 여러 지자체에서 농촌 지역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촌캉스를 테마로 한 다양한 사업과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 중 하나로 가칭 농촌 체류형 쉼터 설치 허용, 농촌 살아보기 체험농원 조성, 농촌 빈집 재생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충추시는 농림부 공모사업 '농촌 크리에이투어'의 일환으로 이번달 11일부터 12월까지 이색 농촌 테마투어 ‘태어난 김에 충주 일주’를 선보인다. 투어는 당일투어(혼자라도 괜찮아) 농촌 체험과 물놀이, 1박2일(면면면 투어·원더풀팜투어) 사과팝콘·꽃차 만들기, 몸빼 포토타임 등 다양한 체험과 사과·표고버섯 등 농산물 수확 체험을 제공한다.
안동시는 지난달 2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안동 촌캉스 로드’, ‘고택 캠핑’을 진행한다. ‘안동 촌캉스 로드’는 금소마을을 중심으로 숨은 명소를 방문해 안동포짜기, 막걸리 만들기, 유등 띄우기 등 문화체험을 할 수 있고, ‘고택 캠핑’은 고즈넉한 고택에서 프라이빗한 감성 캠핑을 즐길 수 있다.
경남 고성군은 '시골감성! 힐링 촌캉스' 사업을 추진해 청년 생활인구 늘리기와 군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군은 빈 집 4곳을 새단장해 청년들이 다음 달부터 최대 일주일까지 생활하며 시골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촌캉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촌캉스에 참여하는 청년은 별도 참여비가 없다. 대신 촌캉스 체험과 방문한 관광지 등을 자신의 SNS에 홍보해야 한다.
이 외에도 방문을 원하는 지역의 홈페이지에서 ‘농촌체험’ 또는 ‘촌캉스’로 검색하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와 ‘대한민국 구석구석’ SNS 계정에도 촌캉스 명소와 코스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한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촌여행 공식 정보포털인 ‘웰촌’은 농촌 여행에 대한 폭 넓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촌캉스가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여행 테마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MZ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기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시도와 노력이 요구된다. 또, 여행객이 단순 숙박이 아닌 농촌에서의 삶을 체험하고,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교통과 문화 시설 등 인프라 확충과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MZ세대의 몸빼바지 인증샷에서 시작한 ‘촌캉스’에 대한 궁금증은 숨 가쁘게 살고 있는 현대인 모두에게 필요한 ‘쉼’과 ‘여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산과 들을 볼 수 있는 사계절을 갖고 있다. 촌캉스의 매력은 같은 곳에 가도 매번 다른 풍경과 자연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주말, 곧 다가올 추석 연휴와 단풍철에 촌캉스를 떠나 논멍, 밭멍(가만히 논과 밭을 바라보는 것)하며 복잡한 마음을 비우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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