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카지노사이트

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슬옹의 한글사랑] 세종대왕 한글 창제, 최첨단 디지털 세계 강국을 내다 본 선각자적 혜안

기자명 김슬옹
  • 칼럼
  • 입력 2024.09.05 17:19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2024년은 한글 창제 581주년 되는 해이다. 한글 창제 최초 기록인 1443년(세종 25년) 12월 30일자 세종실록으로 되돌아가 본다. 57자의 한자, 실록 원문으로는 단 세 줄이 채 안 된다. 세계 문명사를 뒤흔든 대사건 기록인데 지나치게 짧다. 그렇지만 짧은 기록의 의미는 한없이 넓고도 깊었다. 그 가운데서도 내 작은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한자가 확 들어온다.

“轉換無窮(전환무궁)”이라는 네 글자. ‘전환무궁’이라는 말 자체는 자주 쓰이는 일상어는 아니지만, 각각 ‘전환’과 ‘무궁’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다. 이는 ‘바꾸는 것이 끝이 없다’라는 뜻으로, 그 근거가 바로 앞에 나온다. ‘字雖簡要(자수간요)’, 글자는 비록 간결하지만, 핵심, 곧 중요한 것을 잘 드러낸다는 뜻이다. 이를 정리하면 곧 ‘훈민정음’ 글자는 “비록 간결하지만, 핵심을 잘 드러내고,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다”라는 의미이다.

분명 세종은 이때 훈민정음 글자를 공개했을 텐데 실록에는 실리지 않았다. ‘전환무궁’이란 말의 실체가 기록상 세상에 드러나기까지는 2년 9개월쯤의 세월이 필요했다. 바로 세종 50세 때인 1446년 음력 9월 상순 무렵,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책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해례본 글꼴 그대로 훈민정음 28자만 모아보면 ‘전환무궁’의 실체를 쉽게 알 수 있다.

붓으로 써서 나무에 새긴 글자인데도 마치 컴퓨터 글꼴처럼 단정하다. 소박한 묵향이 느껴지면서도 점과 직선, 동그라미만으로 이루어진 글자 맵시가 기하학적인 과학(수학)을 바탕으로 뿜어내는 예술미가 소담스러우면서도 품격이 있다. 훈민정음 기본 28자만 보면 직선이 78.75%, 원형이 21.25%이다. 또 직선만 보면 수평선이 44.4%, 수직선이 42.9%, 사선이 12.7%로 이루어져 수직선과 수평선의 비율이 말 그대로 ‘황금 비율’이다.

이런 기본 28자가 가획과 합성을 통해 뻗어 나가는, 곧 전환하는 것은 무궁하면서도 힘이 있고 아름답다. 자음자와 모음자를 결합하는 원리에서는 정희성 과학자의 지적대로 서양에서 21세기에나 체계가 세워지는 위상수학(topology) 원리가 반영되어 있다. 이를테면 ㅎ 자음자를 고정한 상태에서 ‘ㅗ’를 90도씩 틀면 ‘호하후허’가 생성된다. 최소의 문자로 최소의 공간 이동으로 최대의 글자를 만들어내는 원리이다.

점과 직선, 동그라미의 간결한 기하학적 글자 특성은 가장 간결하고 편리한 컴퓨터 자판을 가능하게 했고 손전화 자판 배열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한글 과학 덕에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디지털 강국이 되었음을 의심하는 전문가는 없다.

훈민정음을 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이런 생각도 해본다. 전문 학자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 상상이지만 ‘혹시 세종은 미래에서 15세기로 환생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상상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21세기에 더 잘 어울리는 문자를 발명할 수 있었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수학과 과학, 예술 철학 사람 중심의 사람다움 생각과 목표가 놓여있다는 것이다. 간결한 글자로 쉽게 배워 모든 사람들의 무한대의 모든 감정과 생각, 그리고 그런 감정과 생각에 색깔을 입히는 섬세한 소리를 맘껏 적을 수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 ICT 세계 최고 강국으로 우뚝 섰다. 변정용 컴퓨터 한글학자에 의하면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와 있는 글자 만든 원리와 자모 결합 원리를 실제로 구현하면 396억 음절 생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변환무궁’의 실증적 증명인 셈이다. 한글 창제 581주년을 맞이하여 세종의 꿈은 더욱 활짝 꽃피고 있다. 우리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대단한 것을 누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세종의 혜안을 맘껏 누리고 빛낼 의무가 있다.

[편집자 주] 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 표명으로서 본사의 편집 방향이나 방침과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저작권자 © 우리뉴스(민영뉴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 42길 4-13, 수정빌딩 3층
  • 대표전화 : 1588-9862
  • 팩스 : 02-423-9210
  • 법인명 : 주식회사 우리뉴스
  • 제호 : 우리뉴스(민영뉴스통신사)
  • 등록번호 : 문화 나 00039
  • 등록일 : 2021-08-26
  • 발행·편집인 : 송 운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 용
우리뉴스(민영뉴스통신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