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리뉴스) 안병현 기자 = 현대 건축의 거장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작품은 항상 혁신적이고 독창적이었다. 모스크바 인근 바르카 숲에 있는 ‘캐피탈 힐 레지던스(Capital Hill Residence)’는 그녀가 설계한 유일한 개인주택이다. 이 주택은 자하 하디드의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데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캐피탈 힐 레지던스는 2006년 설계를 시작했고 12년 후인 2018년에 완공되었다. 이 주택은 ‘러시아 제임스 본드’라고 불렀던 부동산 개발업자 블라디슬라프 도로닌(Vladislav Doronin)의 의뢰로 지어졌다. 자하 하디드는 이 주택을 설계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푸른 하늘만 보고 싶다”는 도로닌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택의 일부를 지상 22m 높이로 띄워 숲 위의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총면적 2,650m²의 너른 부지 위에 지어진 이 집은 숲을 배경으로 우뚝 선 그 압도적인 외관부터 한눈에 들어온다. 흡사 SF 영화에 나오는 우주 전함과도 같은 거대한 구조물이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분은 숲과 경사지와 통합된 몸통 부분으로, 지하층과 지상층을 포함한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에는 차고, 실내 수영장, 파티 공간, 레저 시설, 거실, 식당, 주방, 로비, 서재, 게스트 룸, 어린이 놀이방 등이 준비되어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숲의 장엄한 경관을 그 위에서 즐길 수 있도록 지상 22미터 높이로 띄워진 머리 부분으로, 안방과 외부 테라스가 위치해 있다. 이곳이 ‘마스터 스위트’인데 나무 꼭대기 위에 솟아 있어서 완벽하게 은둔 생활을 할 수 있다. 또한 유리 벽과 발코니를 설치해 숲의 전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두 부분은 세 개의 구조용 콘크리트 기둥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중 두 기둥 사이에는 투명한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이 설치되어 있다.
캐피탈 힐 레지던스는 초기 모더니즘의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표현주의에서 구성주의에 이르기까지, 건축의 시각적 비물질화를 통해 고정되고 정적인 것보다는 빠르게 움직이고 유기체로 보이게 한다. 이 주택은 유기적인 복잡성, 공간 배열의 복잡성, 그리고 형태와 구조 내에서 뛰어난 장인 정신을 잘 보여준다.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와 의뢰자인 도로닌 모두 이 주택을 ‘꿈의 집’이라고 표현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건축물로서 여전히 불가능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구현한 작품이다.
2016년 하디드가 사망한 후 그녀의 사업 파트너였던 패트릭 슈마허(Patrik Schumacher)는 이 프로젝트를 꿈의 의뢰였다고 설명했다.
“이 집은 꿈의 집입니다. 어떤 건축가도 그런 의뢰를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자하는 도로닌이 매우 스타일리시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죠. 항상 그를 러시아의 제임스 본드와 비교하곤 했습니다."
자하 하디드는 이 주택을 통해 자연경관과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실현했다. 그녀의 독창적인 디자인 철학이 빛을 발한 캐피탈 힐 레지던스는 그녀의 건축적 유산을 대표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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