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석도 없는 무덤 위
강아지풀 민들레 쑥부쟁이
만화방초다
아버지 하얀 민들레로 피어나고
어머니 강아지풀로 태어난 것인가
깨뿌쟁이⁕ 질긴 삶 살다 가신
어버이를 닮아서
차마 베지도 뿌리째 뽑지도 못하고
엎드려 술잔을 바치고는
허허한 가슴속에
남은 잔을 비운다
누구를 향해 절을 하고 있는가
살아생전 이 핑계 저 핑계로
하지 못한 아쉽고 서운한 것들
죽어서도 같은 이유로
반복하는 어리석음
묏등에 웃자란 풀들에게
자식 보다 더 가까이 살면서
포근하게 보살펴 준 감사인사로
큰절을 올린다
남들은 죽은 어버이를 기린다고
천년만년 썩지 않을
화강석 깎아 상석을 놓고
비석을 세우고 용두를 올려
생전의 이력을 장황하게
새겨 자랑하는데
마음만 시려 파서
흐릿한 눈만 비벼사코
한나절을 묏등에 엎드려
마음에 빗돌 하나 세우고 간다
* ‘질경이’를 고흥에서 부르는 말
송종국
1963년 고흥 출생, 2022년 「생명과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박병두(시인.소설가.시나리오작가)
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1964년 전남 해남 출생
저서 : 장편소설 《그림자 밟기》,《인동초》,《해남, 땅끝에 가고 싶다》, 《전라도 가는 길》,《해남 가는 길》등 다수가 있으며, 전태일문학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주소 : 우편번호 59064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해안로 1629-20
홈피 : 인송문학촌토문재.com
이메일 : [email protected]
☎ 010-3895-3259
※토문재(吐文齋) : 글을 토해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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