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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만의 새와 사람 이야기] (8) 갈곡천에 돌아온 ‘흰목물떼새’

<편집자 주>

‘우리뉴스’는 <DMZ 500km, 두루미의 땅을 걷다> 연재에 이어 박경만 전문위원(전 한겨레 기자)의 <새와 사람 이야기>를 새로 싣습니다.

박경만의 ‘새와 사람 이야기’는 새들이 왜 화려한 깃으로 치장하고 사랑스럽게 노래하는지, 어떤 새는 마을 주변에서 평생을 보내고 어떤 새는 대륙을 오가는 먼 여행을 하는지 등 새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줍니다. 또 자연생태계에서 공생하는 새와 사람이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평화롭게 지낼 방법은 없는지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이야기합니다. ‘새와 사람 이야기’는 매주 수요일에 약 50차례 연재될 예정입니다.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갈곡천에서 관찰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박경만 전문위원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갈곡천에서 관찰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박경만 전문위원

자갈과 모래가 있는 물가에서 서식하는 물떼새는 세계적으로 9속 41종이 분포하는데, 국내에서 번식하는 종은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 흰물떼새 등 3종이다. 20cm 안팎의 작은 몸집에 큰 눈, 짧은 부리, 비교적 긴 다리 등 생김새가 비슷하고, 서서 지켜보다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먹이를 쪼아먹고, 다시 서서 지켜보기를 반복하는 행동도 유사하다.

다른 점을 꼽자면 흰물떼새는 해안, 갯벌에서 집단 번식하여 수천~수만 마리씩 무리를 이루고, 꼬마물떼새는 우리나라에 보통 3월 말부터 10월까지 머무르는 흔한 여름 철새인데 반해, 흰목물떼새는 전 세계에 생존 개체수가 1,000~25,000마리로 추정되는 국제 멸종위기종이란 점이다. 국내에는 100~10,00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하고 있다.

모래와 자갈이 많은 하천, 강가에서 서식하는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를 구별하는 포인트는 노란색 눈테가 뚜렷하고 부리가 짧으면 꼬마물떼새이고, 눈테가 없고 부리가 더 길며 몸 크기가 꼬마물떼새(16cm)보다 크면 흰목물떼새(20.5cm)다.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갈곡천에서 관찰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박경만 전문위원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갈곡천에서 관찰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박경만 전문위원

 

준설 뒤 떠난 새 새끼 데리고 돌아와

최근 경기도 파주 갈곡천에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 10여 마리가 집단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갈곡천은 파주시 법원읍 갈곡리에서 시작해 파주읍 파주리, 봉암리를 거쳐 문산천에 합류하는 길이 15.6km의 지방하천이다.

지난 4일 오후 파주읍 갈곡천에 가보니, 모래와 자갈이 깔린 얕은 물가에 갈대 습지가 적당히 조성돼 물떼새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지난해 겨울 하천 준설공사로 봄까지 하천 바닥이 텅 비었으나 7월 중순에 내린 700㎜ 집중호우로 상류 쪽에서 모래, 자갈이 떠내려와 자갈밭과 모래톱이 준설 이전과 비슷하게 자연 복원되었다.

얕은 물이 흐르는 갈곡천 중류에 흰목물떼새 10마리가 도요새 무리와 함께 가다 서는 동작을 반복하며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몸 크기가 작고 자갈과 색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았지만 하천 폭이 70m가량으로 넓지 않아 탐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몸 윗면에 비늘무늬가 있는 어린 새가 유독 많았는데, 대부분 올봄에 이 하천 상류 쪽에서 태어난 개체들로 추정되었다.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갈곡천에서 관찰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갈곡천에서 관찰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박경만 전문위원

갈곡천에서 흰목물떼새가 처음 관찰된 것은 지난해 6월이다.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3년째 갈곡천에서 탐조 활동을 해온 파주읍 주민 정주현씨에 의해서다. “지난해 6월 흰목물떼새 2~3마리를 갈곡천에서 처음 확인했어요. 당시만 해도 새를 잘 몰라 그 이전부터 왔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아요. 지난 겨울 하천 준설공사 이후 자취를 감췄는데 올여름 폭우로 상류 쪽에서 자갈과 모래가 쓸려 내려와 서식 환경이 회복되자 새끼를 데리고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라고 정씨는 설명했다.

흰목물떼새는 모래땅을 오목하게 파고 알을 4개 낳으며 포란 기간은 약 28일이다. 희귀 조류이지만 번식 생태에 대한 기초 연구조차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새 69종 서식하는 생명다양성 보고

파주 갈곡천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 작은 하천이 흰목물떼새를 포함해 10여 종의 멸종위기종 조류가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인데 파주시가 아무런 보호 대책 없이 준설공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 하천 준설공사 이후 자취를 감췄던 흰목물떼새가 여름철 집중호우로 자갈밭과 모래톱이 자연복원되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겨울 하천 준설공사 이후 자취를 감췄던 흰목물떼새가 여름철 집중호우로 자갈밭과 모래톱이 자연복원되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박경만 전문위원

준설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정씨는 “지난 1년간 갈곡천 일대에서 목격한 멸종위기 조류만 흰목물떼새를 비롯해 잿빛개구리매, 새호리기, 새매, 큰말똥가리, 큰기러기, 매, 참매, 독수리, 쑥새 등 모두 10종에 달합니다. 이밖에 천연기념물인 원앙과 황조롱이, 멸종위기종 포유류인 삵도 관찰됐어요”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 자료에서도 갈곡천의 생물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국토교통부가 펴낸 ‘문산천 권역 하천기본계획 보고서’를 보면 갈곡천에 조류 69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붉은배새매, 새호리기, 큰기러기, 큰말똥가리 등 멸종위기종과 황조롱이, 소쩍새 등 천연기념물이 포함되어 있다. 양서류로는 맹꽁이도 파악됐다.

올해 초 파주시 환경지도과가 공개한 ‘파주시 도시생태현황지도’에도 갈곡천 일대에 말똥가리, 황조롱이, 원앙, 큰기러기 등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다행히 흰목물떼새는 다시 돌아왔지만 겨울 이후 두 차례 준설로 몸살을 앓은 흔적이 하천 곳곳에서 발견됐다. 지난해까지 갈대 위에 앉아 노래하던 개개비는 준설공사로 살 곳을 잃어 자취를 감췄고, 갈대군락이 있던 자리는 외래식물인 단풍잎돼지풀과 가시박이 기세 좋게 차지해버렸다.

흰목물떼새가 갈곡천 물 위를 날고 있다.
흰목물떼새가 갈곡천 물 위를 날고 있다. 박경만 전문위원

 

소규모환경영향평가도 없이 공사

흰목물떼새가 멸종위기로 내몰린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인 강, 하천의 무리한 준설공사 때문이다. 하천 관리기관은 재해예방을 명분으로 하천 바닥의 돌, 자갈, 모래를 모두 긁어내 물떼새의 번식 공간을 없애버렸다.

갈곡천에 포크레인이 처음 들어간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공사 고시나 주민설명회, 환경영향평가조차 없이 부곡교~부곡2보 사이 1km 이상 구간의 준설공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어 올해 5월31일 300m 구간에 대해 추가로 준설에 나섰다가 주민 민원으로 6월 이후 공사를 잠시 중지한 상태다.

두 차례 공사를 하면서 파주시는 멸종위기종의 보호 대책은커녕 야생동물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어 “하천정비사업 도중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서식이 확인됐다면 보호대책을 세우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갈곡천은 지난 30여 년 동안 한 번도 범람한 적이 없었다.

흰목물떼새가 갈곡천 물 위를 날고 있다.
흰목물떼새가 갈곡천 물 위를 날고 있다. 박경만 전문위원

제방의 높이와 폭이 높고 넓기도 하고, 안에 자생하는 갈대와 억새들이 수질정화, 유속 제어, 담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파주시가) 관행대로 ‘홍수 예방=하천 정비=포크레인 공사=수풀 제거’와 같은 도식으로 근거 없이 공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민 정씨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하천공사 면적이 1만㎡ 이상이면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파주시가 법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준설 구간이 수만㎡ 일 것으로 추정했다. 정씨의 바람은 갈곡천을 생태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갈곡천은 파주시민의 휴식 공간이자 탐조, 생태학습 공간으로 적절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어요. 포크레인 준설 대신 자연 생태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시민에게 질 높은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새끼를 데리고 돌아온 흰목물떼새가 위기의 갈곡천을 수호하는 지킴이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겨울 하천 준설공사로 갈곡천 좌우에 있던 갈대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단풍잎돼지풀과 가시박이 자리를 잡았다. 박경만 전문위원
지난해 겨울 하천 준설공사로 갈곡천 좌우에 있던 갈대숲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단풍잎돼지풀과 가시박이 자리를 잡았다. 박경만 전문위원

 

박경만 전문위원은

                      박경만 전문위원. 
                      박경만 전문위원. 

30년간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했다. 퇴직후 야생동물 생태조사원으로 활동하면서 새를 보며 만난 아름다운 세상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DMZ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생태평화관광>이라는 주제로 관광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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